시댁은 3형제예요.

저희만 서울 살고 나머지는 시골 한 동네 살아요.

첫째가 시부모님 모시다 오래 전 분가했어요.

막내는 좀 모자라서 외국인 여자 데려와 시부모랑 같이 살아요.

백수로 살다 몇 해 전부터 택배일 하고요.

얼마 전 막내 동서가 지자체에서 컴퓨터 배워러 다니다 시험까지 봤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형님이 그런거 다 필요없다고 자격증이고 뭐고 딸 생각도 말라시네요.

형님은 예전부터 뭐 배우러 다니고 자격증 따는 거에 열성이던 분이에요.

제가 조금 이상해서 "형님도 자격증 덕분에 지금 직장 잡으셨잖아요." 했죠.

그랬더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시는지

자격증 없이 일하다가 정말 좋은 자리 났는데 놓쳐서 가슴이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고.

그래서 자격증 따놨는데 지금 일자리 들어와서 딱 잡았다고 무용담처럼 신나서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럼 자격증 따놓는게 필요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갑자기 정색하며 "그런가?" 하시더니

동서한테 뭐 배우거나 딴 일 하러 다니지 말고 남편 택배일 하는데 꼭 붙어 다니라고 하더라고요.

동서가 간식 사다주는 정도 밖에 할 일 없다니까

그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줄 아냐고 그게 돈 버는 거라고 부부가 같이 택배일 다니는 거 보면 너무 좋더라고.

아주 신신당부를 하네요.

막내가 좀 모자라다 보니 시부모님 애착이 각별하세요. 

막내 동서는 남편이 이렇게 모자라고 없는 집인 줄 모르고 속아서 시집 왔다 하더라고요.

시부모님도 성깔이 동네에서 유명하니 시집살이도 고달프고.

그래서 분가하고 싶어 했는데 

죽을 때까지 모시는 조건으로 살고 있는 집을 준다고 했대요.

저는 어른들 편찮으실 때 동서가 나몰라라 하고 결국 형님 차지 되면 안되니 모여서 분명히 얘기하자고 했더니

형님이 펄쩍 뛰시더라고요.

지금 막내가 못 모신다고 파토나면 안되니까 가만 있으라고.

그래서 시부모 모시기 싫어서 재산 욕심 버리셨구나 생각했어요.

근데 나중에 어머님 말씀이 형님네는 집 넓히는데 돈 보태주고 땅도 넘겨주셔서

챙길 거 다 챙기셨더라고요.  

형님은 외국인 동서가 다른 사람 만나고 돈 맛을 알아

모자란 남편, 별난 시부모한테 더 불만 생기는 것도 싫은 것 같고  

무엇보다 동서가 일하면 시부모님 돌볼 일 생기면 자기 차지 될까 걱정하는 것 같아요.

시동생이 머리도 모자라고 몸도 약골인데다 나이도 많아 택배일 얼마 못할 것 같거든요.

애들도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 아직 젊은 동서가 뭐라도 배워두면 좋을 것 같은데.

시동생 택배일이래야 어차피 사람 써서 돈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여지껏 혼자 하던 일을 굳이 동서가 따라다녀야 하나 싶고.

형님도 연세가 많으셔서 동서가 그쪽 자격증 따놓으면 나중에 자리 물려주실 수도 있을 텐데.

어차피 시골에서 세 여자가 저만 따돌리고 자기 잇속에 따라 나눠먹기한거라 참견하고 싶지 않기도 한데

한편으로는 어린 나이에 속아서 타국으로 시집 와 모자란 남편, 별난 시부모랑 살며

몸도 마음도 병든 막내 동서를 보면 불쌍해서 도와주고 싶기도 하고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