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동생이랑 시댁 아주버님.

학교 다닐 때 공부 안하고 말썽 피우고

놀기 좋아하고 술 좋아해 집안의 골치거리였어요.

취직도 제대로 안되고 경제관념도 없어 맨날 돈에 쪼들리고 카드빚.

집이랑 생활비도 부모님이 대주고 저희도 여러번 도와줬죠.

그러다보니 사는 게 평탄치 않아 성격도 소위 지랄맞죠.

저희 부부는 학교 다닐 때부터 모범생이었어요.

형제들이 말썽 피우니 부모님 걱정 안하시게 공부나 하며 조용조용 살고

하고 싶은 공부 더 안하고 일찌감치 취직해서 앞가림하고

부모님한테 손 안 벌리고 스스로 벌어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는 유산, 좀더 자리 잡지 못한 형제들에게 양보.

부모님 용돈, 경조사비도 우리 차지.

근데 요즘 두 집 다 살림이 피네요.

동생은 형제들 도움으로 어찌어찌 들어간 곳에서 자리 잡아 벌이가 괜찮아졌고

처가가 부자라 도움 받아 명품에 해외여행에 럭셔리하게 살아요.

아주버님도 형님 등쌀에 들어간 곳에서 그럭저럭 자리 잡고

애들도 다 키워 취직한데다

몇 해 전 시부모님이 유산을 몰아 미리 주시는 바람에 편안해졌어요.

형제들이 어려운 것보다는 잘 사는게 보기 좋죠.

문제는 두 사람이 (윗동서 포함) 저희를 점점 막 대하네요.

이것저것 아는 체 하는 정도를 떠나 뜬금없이 짜증내며 가르치려 들어요.

저희는 상당히 검소한 편이거든요.

꼭 필요한 물건만 사서 못 쓰게 될 때까지 고쳐 쓰고

해외여행보다는 책 보면서 견문 넓히는 편.

(돈 없고 노후 준비 해야 해서 ^^)

게다가 저랑 남편 모두 얼마 전 해고를 당해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버티는 상황이죠.

근데 여행 가서 본 거 얘기하다 우리가 책에서 본 거 얘기하면 막 무시.

(사실 중고등학교 때 다 배운 건데 요즘 여행 가서 처음 보고 감탄하며 아느냐는 식)

지금껏 놀고 마시느라 정치사회 문제도 관심 없다가

요즘 갑자기 인터넷에서 보고 들은 거 얘기하며 훈계.

평범한 회사원이니까 소시민적으로 사는 거 한심하다는 식으로 얘기.

"그거 얼마나 한다고!" 같은 말.

직장 잃었는데 도대체 앞으로 계획은 있는 거냐고 닥달.

가끔은 "공부도 못하고 말썽 피워 집안에 걱정 끼치고 제 앞가림도 못하고 우리 도움 받던 사람들이!"

하는 교만한(?) 마음에 억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본인들 잘못이고 성깔은 부리고 살았지만

나름 자격지심과 열등감에 주눅 들어 살아

이젠 잘난 척도 하고 기도 펴보고 싶은 건가 싶어 이해도 되고.

다만 양보하고 폐 안 끼치고 열심히 살았다고 끝이 좋은 것도

제멋대로 주변에 폐 끼치고 살았다고 끝이 안 좋은 것도 아니구나 싶어 씁쓸하기도 하네요...

아이들한테도 아껴 쓰고 남한테 손 안 내밀게 자기 앞가림 철저히 하고 베풀고 살라고 가르쳐왔는데

이게 맞는 건가 회의도 밀려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