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까진 남다른 영특함을 자랑하며 지금의 이런 절망을 상상도 하지 못한 채 행복에 겨운 시간을 주기도 했습니다

영재까지는 아니었어도 학교공부를 잘해 추천받은 교육청지원 영재학급도 다녔었고...

축구며 달리기며 운동도 잘해,교우관계도 좋아 친구문제 등으로 속상하거나 신경쓰이게 했던 적 한번도 없었고...

용모도 빠지진 않아 내색은 안했지만, 이 아이의 탄탄대로 일 것 같은 미래를 야무지게 상상하며 가슴 뻐근하게

기쁨을 느꼈던 적도 많았던 거 같습니다.

어디서 부터 잘못된 건지..

초등 6학년 무렵 부터 좋아하게된 게임.. 중학교 입학하며 사춘기와도 맞물려 통제가 힘겨워지기도 했고

아이 스스로 빠졌달 수 밖에 없는 게임중독의 늪ㅜ

때마침 불행을 더하려 찾아온 아토피란 질병으로 악화기땐 마음껏 혼낼 수도 없었고...

지금껏 세상에 좋다는 모든 민간요법,한방,대학병원까지 지극한 병구완으로 이제 살만해졌다 싶은데...

중학입학 이후 문제집 한권 풀어본 적 없을 정도로 학업 포기상태입니다

가방에 신발 주머니 하나 넣고 다닙니다

시험기간 전혀 상관없이 집에서 허락한 요일이면 네 다섯시간 꽉꽉 채워 게임 합니다

입학 초 갈등을 빚다 그만 둔 학원은 영영 빠이빠이 했고 중간중간 두어차례 시도해본 과외도 특유의 불성실함으로

한달을 채 못넘기고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고등입학을 앞둔 지금시점..

당연히 담임 선생님도 특성화고를 권유 하시고,본인도 공부에는 여전히 뜻이 없으니 특성화고를 가겠다합니다

특성화고..뚜렸한 목적과 야무진 계획없이 그냥 공부하기 싫어 가겠다 하는거 같은데 끔찍한 중학생활의 연장이

될 것 같아 벌써 부터 머리가 아파 옵니다

그간 무단결석,무단지각,무단결과로 출결점수도 깎여 내신 147이랍니다(200점 만점)

문제는 이 상황에도 마음 한켠 포기 못하고 재반전을 기다리는 바보같은 저입니다

아직도 공부 시키고 싶어요ㅜㅜ 아둔한 아인 아니니까 맘 되돌려 준다면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 해줄 수 있거든요

아이와 얘기하면 벽 같아요 살짝 협박을 섞어 강한 어조로 얘기해도, 부드럽고 따뜻하게 달래며 얘길해봐도

도무지 들어 처먹질 않아요

왜 '너는너 나는나' 이게 잘 안될가요?

낙심되고 괴로울때 제가 죽고 싶기도 하고 쟤가 사라져 버렸음 좋겠다 싶은 적도 있었네요

제가 고졸이라 학력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집착을 하는 걸까요?

참, 재밌는건 여기 많은 게임중독 자녀 이야기중 다른형제 하나는 보통이상의 우수한 아이들이 많던데

저희집도 위로 누나는 일탈 한번 없이 공부 열심히 해서 남들 다 가고 싶어하는 교대 다녀요

전업으로,아이 잘 키우는게 최고의 목표 였는데..남편 또한 성실하고 가정적이어 애들 사랑도 많이 주며

키웠는데 아들로 인해 먹구름 가득한 집이 됐네요

목구멍까지 차오른 절망이 쓰게 삼켜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