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은 시골이고 남편만 대학 나와 서울서 직장 잡고 살아요.

시형제들은 어릴 때부터 사고뭉치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저희가 계속 도왔어요.

저희랑 시부모한테 받은 돈으로 가게 하고 집 사더니 요즘 갑자기 살림들이 피네요.

월급은 적지만 정년 보장되는 직장에 애들도 모두 졸업하고 취업하고.

맨날 빚으로 산다더니 땅도 샀고 작지만 월세 받는 건물도 사고.

문제는 살 만 해져서 여유가 생겨 그런지 형님이 자꾸 전화를 해요.

식당일 하시는데 남의 가게라 거기서 전화하면 전화비 안나온다고.

그냥 궁금해서 전화한다며 별 쓸데없는 얘기를 자꾸 해요.

오늘 텃밭에서 뭐 캤다, 막내동서네 침대 샀다, 아주버님 요금제 바꿨다, 등등.

저희 애 수능 본 날도 수험장에서 막 데리고 나오는데 시험 잘 봤냐고 전화,

성적 발표하는 날엔 성적 어떻게 나왔냐고 전화, 합격 발표 중에도 궁금하다고 전화...

애 시험 망쳐서 기분 엉망인데 말이죠.

다른 집이랑 달리 명절, 어른들 생신 외엔 왕래도 없고 조카 선물 한번 사준 적 없는데...

사실 지난 20년 동안은 사이가 좋았어요.

대학 나온 서울 여자라고 너무 어려워하시길래

제가 살갑게 하고 경제적으로나 조카들 진로에 도움 많이 줬거든요.

그래서 고마워하시고 주변에 자랑도 엄청 하고 다니셨죠.

그러다 얼마전 제가 크게 배신감 느낀 일이 있어 요즘은 좀 사무적으로 대하고 있어요.

게다가 그쪽과 달리 요즘 저희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에요.

그런데 자꾸 전화하고 전화 바라시네요.

지난번엔 전화해서 김장 때 친정 가서 하지 말고 내려오라고.

안 막혀도 왕복 6시간 넘게 걸리는데 말예요.

제사 때도 갈 길이 멀고 다음 날 출근해야 되서 10년 넘게 초저녁에 지냈는데

새삼 제사는 깜깜할 때 지내야 한다고 우기시고.  

그러더니 지난번엔 막내동서가 전화를 안한다며

전화하는 사람은 자기 뿐이라고 성질을 내더라고요.

직장 다니시니까 전화하기 어렵다니 그게 무슨 상관이냐고.

동서한테도 안부 전화해야 하나요?

(시부모한테는 예의상 주 2~3회 전화했어요.

 20년 동안.

 그 배신감 느낀 이후에는 잘 안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