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기 전까지 빼빼 마른 체형으로 예쁘게 날씬한 게 아니고 좀 찌우면 더 나을건데 아무리 먹어도 찌지 않는

그런 스타일이었어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도 없었고 맛있다고 느껴지는 음식도 많지 않았고 배만 고프지 않으면 계속 안 먹고 살고

싶을 정도로 식사가 귀찮고 즐겁지 않았어요.

임신 중에는 생애 처음으로 폭풍 식욕이 생기더니 18 킬로 정도 찌더라구요.

출산 일년 후에도 임신 전 몸무게까지는 아니어도 임신 중 찐 살이 거의 빠졌어요.

힘든 독박 육아와 모유 수유 덕분이라 생각해요.

결혼 생활 20년 하면서 경제적인 문제 시댁 친정 집안 일 신경쓰고 나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살면서

다시 식욕이 별로 없는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가 요즘은 남편도 직장에서 경력이 쌓이고 경제적으로도 안정이 되고

아이도 엄마 손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가 되고 양가 집안에도 신경쓸 일이 많이 줄어들면서

처음으로 안정적인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그랬더니 살이 푹풍처럼 찌네요. 음식도 맛있다는 것도 알게 되고 나이살이 더해져서 더 그런 것도 같구요.

생애 처음으로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생각할 정도로 배가 막 나오고 다리 팔뚝 굵어지고 그랬어요.

식욕이 억제가 되지 않고 그냥 내가 한 평범한 밥도 너무 맛이 있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날 크게 상심하는 일이 생겼어요.

그랬더니 거짓말 같이 옛날처럼 식욕이 뚝 떨어지네요.

며칠 우울할 동안 정말 내내 그랬어요.

그 때 생각이 든 게 내가 그동안 행복하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었어요.

성격 상 소심하고 걱정이 많고 늘 긴장하고 살아서 내가 자각하지 못했어도 늘 우울했던 것 같아요.

신경성 위염 과민성 대장증상 심해서 병원도 다닐 정도였거든요.

그때는 우울증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지 않을 때라 몰랐는데

전 늘 매사 즐겁지 않고 우울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제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늘 혼나지 않으려고 긴장하고 있고 튀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창피하거나 당황스러운 일 당하면 너무나 크게 생각되어 오래오래 괴로워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고 엄한 부모님 때문일 수도 있고 선생님한테 반 아이들 앞에서 혼나거나 하는 게

너무너무 싫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원인은 딱 집어 말하지는 못하겠는데 그냥 혼자 속으로는 늘 우울했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공부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어도 말썽 없이 무난히 학교 생활 하고

친한 친구 몇은 학년마다 늘 있어서 외로운 편은 아니었고

집에서도 이거해라 저거해라 잔소리가 심한 것도 아니어서 나름 자유로웠는데

왜 그랬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