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랑 저는 나이 차이가 좀 있어서 남편은 이미 50대.

괜찮은 회사 다니다 해고 당해 조그만 회사 다니는데 월급도 잘 안나와 힘드네요.

근데 이번에 옮긴 회사 근처에 학교 선후배들이 꽤 있대요.

그래서 몇 번 같이 모여 밥도 먹고요.

그중 노처녀 여자후배가 있는데 자꾸 연락하고 따로 만나 밥을 먹네요.

남편도 그 여자 후배도 회사에서 같이 밥 먹을 사람 마땅치 않다고.

비 오면 우산 챙기라고 카톡질.

저도 잘 아는 언니인데

사실 엄청 못생기고 성격이 까칠한 걸로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근데 남편 말로는 자기가 별 거 아닌 말을 해도

혼자 너무 재미있다고 웃어줘서 당황스러울 정도였다고 했거든요.

눈치로 보면 학교 다닐 때부터 남편한테 맘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요즘 집안 사정도 좋지 않고 시댁 문제로 저랑 남편 사이가 꽤 나빠졌거든요.

그러다보니 예전엔 저도 상냥하고 남편은 절 꽤나 예뻐했는데

요즘은 서로 불만이 가득하고 툭하면 시비가 오갑니다.

이런 상황이라 더 불쾌하네요.

예전엔 어리고 예쁘고 똑똑하고 상냥하다고 결혼했지만

이제 나이들고 몸도 아프고 남편이랑 시댁에 치여 우울증 걸려 까칠해진 아내.

못생기고 나이는 들었지만 싱글에 잘 차려입고 나온 전문직 여성이

말만 하면 웃어주고 치켜세워주니 얼마나 좋겠어요.

요즘 저만 보면 왜 그렇게 인상 쓰냐, 무슨 말만 하면 날 무시하는거냐

불만이 많거든요.

내 단물 다 빼먹고 병들게 해놓고 자기 양심에 걸리지 않을 만큼 즐기고 다닌다는 느낌.

불륜까지 갈 확률은 희박하다고 봐요.

하지만 이제 50대면 인생이 허무해지고 거리낄 게 없는 나이들인데다

부부관계도 엄청나게 나빠진 상황에서 안심할 수도 없다고 봐요.

무엇보다 깍듯하고 상냥하던 제가 남편한테 까칠하게 대하고 있는 요즘,

편한 선후배 사이라는 명분 아래 서로 적당히 감정적으로 즐기는 것 같은 느낌.

어제도 같이 밥 먹었다며 갱년기인지 많이 말랐다고 하더라고요.

저야말로 요즘 우울증으로 보는 사람마다 말랐다고 놀라는데 말이죠.  

그동안 참았는데 갑자기 욱해서 이 말 저 말 했네요.

너무 자주 만나네,

나도 밥이나 차리고 시댁 뒤치닥거리하는 본처가 아닌, 밥이나 먹고 데이트나 하는 애첩 되고 싶다,

나만 보면 인상 쓴다 시비 건다 불만 많은데

잘 차려입은 여자가 치켜세워주며 살살 비위 맞춰주니 좋았겠다,

이러니 여자들도 나이 들면 밥 같이 먹고 영화 보는 남친을 원한나 보다 등등.

예전엔 비슷한 일이 있어도 쿨한 척 넘어갔더니

남편은 점점 거리낌이 없어지고 나만 기분 더러워지더라고요.

혹시 모를 만약을 위해 제동을 걸 겸

남편은 의식하지 못하지만 즐기는 거에 조금은 맘에 걸리고

아내가 싫어하는 게 뭔지 알고 좀 불편해하라고

상황 대비 좀 오버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