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으로 보면 저희 엄마는 집안, 학벌, 인품 모두 아빠한테 많이 밀렸습니다.

어릴 때 도대체 아빠는 왜 우리 엄마같은 여자랑 결혼했나 의아한 정도...

저희 형제들도 얼마전 사실 말이 안되는 결혼이었다고 인정.

하지만 아빠는 엄마한테 꽤 잘 하셨고 엄마의 잘못에도 관대하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며느리 노릇은 만만치 않았겠죠.

그래서 엄마는 저한테 저희 집안 험담을 자주 했어요.

그게 그렇게 듣기 싫더라고요.

저는 반대로 엄청 기우는 집안의 남자와 결혼했습니다.

엄마의 불만이 싫어서 저는 남편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시댁 흉은 절대 보지 않고

좋게만 보려 애썼죠.

덕분에 분위기가 좋지 않은 시댁인데도 원만하게 지낼 수 있었어요.

그러다 시댁에서 저한테 너무 서운하게 뒤통수를 치신 일이 있었어요.

너무나 배신감이 커서 요 몇년 심한 우울증과 홧병으로 몸도 마음도 많이 피폐했고요.

일단 제가 예전같지 않으니 그 좋던 분위기가 일시에 싸늘해졌죠.

몇 년 전 제가 시댁에서 이상한 말 듣고 펑펑 울었는데

당시 고등학생이던 아이가 자기도 다 커서 알만큼 안다며 위로하더군요.

이제 대학생이 됐는데 엄마가 요즘 왜 이상해졌는지 대충 상황설명을 해줘야 하는 건지.

하도 문화가 달라 외가와 달리 본가는 명절에 가는 남처럼 느끼나 본데

그래도 자기 핏줄이니 집안 얘기는 안하는 게 좋은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