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집안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성질이 버럭질입니다. 시아버지, 시삼촌들, 시고모, 우리 시누이들... 죄다 특징이 버럭버럭... 좋지도 않은 성질이 어찌 이렇게 우성유전으로 내림을 받았는지 신기할 뿐이네요.
집안 여자들, 즉 시숙모님들이 다들 하는 말이 오래 같이 살다보니 심장이 안 좋아졌다고 합니다. 항상 조마조마하게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네요. 저희 시어머니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편이 일찍 죽어서 그나마 심장 안 좋단 소리는 안 하시고요.
근데 저도 나이가 사십대 들어서니 심장이 급격히 안 좋아진 것을 느낍니다. 남편 목소리만 들어도 긴장이 되니까요. 버럭버럭 저한테만 그러면 다행인데 아이들한테도 버럭버럭대니 이제 고등, 대학교 다니는 애들도 아빠가 집에 오면 문 닫고 자는척 해요.
저는 올해초부터 심장쪽에 압박감을 느끼고 어떨 땐 콕콕 찌르는 통증도 느껴지고 며칠 전엔 누가 손바닥으로 가슴을 꽉 쥐어짜는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결혼 전엔 화내는 거 단 한 번도 본 적 없고 직장동료들도 몇 번 봤는데 다들 사람좋다고 칭찬일색이었네요. 그땐 내가 가족이 아니라 남이었으니 지금도 남한테 그러듯 세상에 둘도 없이 좋은 사람 행세를 했던 거겠지요. 결혼하고 나서 성격이 좀 그렇다..라고 느끼기 시작했는데 나이들면 기가 빠져 괜찮아지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도 있고, 또 평소에 사람이 24시간 버럭거리진 않으니까 이날이때껏 살아온 듯하네요. 같이 있는 시간이 많은 주말이 늘 고비네요.
오늘도 아들한테 버럭거리며 싫은 소리 하길래 성질 좀 다스리라고 한 소리 했더니 저한테 천정이 무너지도로록 또 버럭 소리를 지르네요. 심장이 벌렁벌렁하면서 머리가 하예지고 살의가 확 치솟더군요.
시어른 중에 한 분은 병이 나서 병원에 입원중인데 그 배우자가 간병을 하고 계시죠. 그런데 그 아픈 와중에도 버럭버럭 소리지르고 성질을 못 죽이는 바람에 얼마 전에 면회를 갔더니 복도에서 저를 붙들고 하소연을 하시더라구요. 이 집안에 시집온 여자들은 동병상련의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요즘 남편 퇴직 후에 따로 살기 위해서 여분의 집을 구하려고 알아보고 있어요. 원룸을 얻어서 살 망정 한 공간에 하루종일 지내는건 도저히 못 하겠네요.
도대체 어떻게 저런 성질이 세상에 존재할 수가 있는지... 아이들한테도 저런 아빠 밑에 태어나게 해서 너무너무 미안합니다. 초등학교 때 친구집에 놀러갔다온 딸이 **네 아빠는 좀 다르더라며 부러워하던 일이 떠오릅니다. 다른 아빠들도 다들 소리지르며 사는줄 알았나 봐요.
왜 저렇게 자기 자신을 무서운 존재로 스스로 만들어가고 가족들에게 소외를 받으며 사는지 인간적으로 불쌍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지 좀 지난 지금도 심장이 불규칙적으로 벌떡벌떡 뛰는걸 느끼고 있자니 미운 감정이 사라지지가 않습니다.
일기장에나 쓸 글을 여기서 그냥 주저주절 속풀이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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