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나이 오십대가 다가오니 주변에 벌써 시어머니가 된 사람들 이야기도 들리네요. 늘상 며느리 입장에서만 시댁을 불편해 했는데 시어머니가 되면 우리 세대가 어떻게 되는지 무척 궁금했거든요.
지인이 외아들을 장가를 보내고 손주를 본 상태예요. 손주가 너무 이쁘고 보고 싶으니 매일 아들네 집에 갔답니다. 먹을 거 만들어서 싸들고요.
그 이야기를 듣고 주변 사람들이 놀래서 말렸대요. 며느리가 애 낳고 얼마나 힘들어하겠냐고, 가지 말라고요.
그랬더니 며느리가 애 낳고 산후우울증도 좀 있었고 애를 안고만 있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힘들어서 빼빼 말랐다. 살림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그래서 내가 먹을 것도 챙겨주고 애도 좀 봐주고 그러려고 가는 거다 라고 했어요.
그래서 지인들이 며느리가 시어머니 오는데 오지 말라고 대놓고 말도 못 하고 그게 더 힘들 거다. 빼빼 마르든 우울증이 오든 본인이 해결할 문제다 그만 가라. 이렇게 뜯어말리고 말려서
그 이후론 음식 만들어서 아들네 현관문에 걸어 놓고만 오고, 가기 전엔 전화하고 간대요. 오늘 가도 되니? 라고요. (그럼 그전엔 무작정 쳐들어갔단 소리?)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이 시어머니가 겨우 오십대 중반인데 나랑 십년도 차이 안 나는 나이의 중년아줌마인데 어쩜 저렇게도 내가 젊은 시절 새댁이었을 때의 시어머니상과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예요.
본인은 자기가 좋은 시어머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겠죠. 손주가 너무 이뻐서 그런 것도 맞고 며느리가 안쓰러워서 그런 것도 사실이겠지요.
하지만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방문 자체가 스트레스일텐데 본인은 젊을 적에 시어머니 오시면 반갑기만 했을지 왜 생각을 못 하는가 싶고
시어머니 욕하면서 우리도 나이 들어 시어머니가 되면 또 똑같이 하게 되는건가보다 싶고 썩 유쾌하지는 않더라고요. 나도 며느리 보면 저렇게 될까 싶어 겁나구요. 조심해야죠.
특히 이 지인은 아들 하나를 정성들여 키웠는데 결혼을 시키고도 그 정성 쏟던 습관을 끊지 못 해서 아들 결혼 전에 하듯 그렇게 하고 있더라구요. 며느리에게 넘길 건 넘겨야 하는데 아직 품에서 떠나 보내질 못하고 아들을 하나하나 다 챙겨주고 있는데
엄마 입장에선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지만 아직 제가 며느리 입장이라 그런지 정말 내 남편에게 시어머니의 모든 관심의 화살이 꽂혀 있다 생각하니 너무 싫을 것 같더라구요.
시댁 문제가 세대가 몇 번을 변해도 할 말이 끊이지 않는 것이 내가 막상 시어머니 신발을 신으면 그 자리에 맞게 사람이 변하기 때문인가 싶기도 하고 나이 들수록 역지사지를 더욱 더 많이 하며 살아야겠다 싶고 마음이 무겁고 복잡해졌네요. |
목록
추천
To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