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가신지 아직 반 년도 지나지 않았어요. 아프시고 나서부터 저희집에서 제가 모시고 병원을 다녔어요.
한 번 오시면 한 달 넘게 계신 적도 있고 짧게 며칠만 계시다 가신 적도 있어요. 솔직히 3일이 지나면 제가 참 힘들더라구요. 삼시세끼가 생각보다 스트레스였어요.
병원에 모시고 다닐 때도 수시로 없어지고, 제 기준에선 답답한 행동들을 많이 하시니 나도 모르게 짜증도 내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얼마나 눈치가 보였을까...
그렇게 투병하시다 결국 돌아가셨는데..
첨엔 숙제 끝낸 기분이었어요. 의무를 다한 느낌이랄까요. 친부모가 아니니 그런가 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못해드린 것들이 자꾸만 생각이 나고 두고두고 미안하고 불쌍해서 마음이 울적할 때가 많아요.
오늘 창 밖을 보니 벚꽃이 환하게 피었더군요. 시어머니 살아계실 때 저희집에 오셔서 창 밖을 보시며 시간 보내시던 기억이 납니다. 왜 더 가까이 다가가서 잘해드리지 못했을까... 죽음에 대해 공포가 너무 커서 한 번은 며느리인 저 앞에서 펑펑 우신 적도 있어요. 그런 장면들이 자꾸 생각나고...불쌍하고 불쌍하다 그 생각만 듭니다. 요즘 80살은 다들 잘도 살아있던데 70대 중반. 젊어서 고생도 많이 하셨는데 왜 명이 그것 밖에 안 되었을까요...
만약 다시 그 시간이 돌아오면 저는 여전히 삼시세끼에 스트레스 받고 그러고 살겠죠. 그래도 다시 시간이 되돌려질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그냥 그때 아프실 때 다른 사람이 병원에 모시고 다녔으면 지금 난 맘에 아무 감정 없이 편할지도 모르겠어요. 진단 받고 조금씩 병이 진행되어 가는 것을 가까이서 다 본 입장이다보니 더더욱 마음에 후회와 미련이 더 남는 건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돌아가시고 나서 시간이 지날수록 시어머니 생각나는 날들이 오히려 더 자주 생기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습니다. 불쌍하고 죄송하고...
그냥 오늘 환하게 핀 꽃들을 보니 갑자기 시어머니 생각이 나서 감상에 젖습니다. 꽃은 져도 내년에 또 피는데 사람은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 이 좋은 봄날에 왜 이리 마음이 슬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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