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딸 많은 집 외아들 귀남이로 자랐어요.
군대마저 18개월 방위로 집에서 출퇴근하며 다녔답니다.
애지중지 시어머니가 얼마나 아끼며 키웠는지
손으로 하는 일이라곤 할 줄 아는게 없어요.
벽에 못을 박아도 못이 구부러져 버리고
제대로 못 하니 못 박아달라 부탁도 못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밥상이 딱 차려져 있어야 되고
여행을 가도 비행기 티켓팅부터 제가 알아서 해야 해요.
길을 잘못 들였다고들 하는데
매번 일일이 순서를 가르쳐줘야 하는데
속 터져서 그냥 내가 하는게 병이 안 걸리는 방법이지요.
매번, 진짜로 매번 일일이 설명해서 가르쳐 주지 않으면 안 하고 못 합니다.
이번에 남편 혼자 시골에 볼 일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다녀오는 길인데
조금 전에 터미널 거의 다 왔다며 전화가 오네요.
터미널에 마중 나오라는 뚯입니다.
택시를 타든가 지하철을 타든가 알아서 올 일이지
미아도 아니고 뭘 데리러 오기를 바라는 건지 모르겠네요. 짐도 없으면서요.
버스 타고 오라 하고 끊어버렸어요.
진짜 짜증납니다. 왜이리 나를 비서처럼 부려 먹고 싶어 할까요? 혼자서는 대체 왜 아무 것도 못 하는지
답답해요.
신혼 초에 맞벌이를 했는데
퇴근하면 그야말로 손가락 하나를 까딱 안 하더군요.
게으른 남자라도 신혼 때는
청소기 미는 시늉이라도 하고 그러지 않나요?
제가 그렇게 일일이 챙겨주기 자라는 습관을 보고
그냥 직장을 그만둬 버렸어요.
낮에 일하고 밤에 집안일 하고...내가 손해보는 결혼 같아서 신혼인데도 짜증이 나더라구요.
돈 꼬박꼬박 벌어오니 지금은 그거 보고 삽니다.
날이 더워 그런가
괜히 전화 받고 짜증이 나서 속풀이로 몇 자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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