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꼼꼼하고 준비성 철저한 남편하고 사시는 분들은 좋겠어요.
저희 남편은 매사가 설렁설렁 대충대충. 어떻게든 되겠지 걱정한다고 뭐가 해결되냐 뭐하러 미리 걱정하냐... 매사가 천하태평입니다. 그러곤 일이 닥치면 허둥지둥. 결국 뒤처리는 다 제 몫이 되곤 하죠.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제가 안 깨우면 회사에 지각할 정도예요. 일부러 안 깨워 보기도 하는데 그럼 잠은 깨어 있으면서도 몸은 그냥 누워 있어요. 믿는 구석이 있는 거죠. 그러곤 왜 안 깨웠냐고 뭐라고 해요. 내가 무슨 비서나 몸종도 아니고...
오늘은 외국에 갈 일이 있어서 제가 아침 일찍 공항에 태워다 줬어요. 이것도 자기차 갖고 가라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주차요금 핑계를 대면서 굳이 새벽에 저한테 기사노릇을 원하더라구요. 일 때문에 가는건데 싶어 그냥 참고 태워줬어요.
출발 2시간 반 전에 도착하게 태워다 줬는데 2시간 지난 조금 전에 전화가 와서는 항공권이랑 여권이랑 영문 이름이 다르니 항공권 끊은 여행사에 여권사본을 이메일로 좀 보내주라면서 여권사진을 찍어 보냈네요.
상식적인 사람 같으면 자기 폰으로 자기가 직접 보낼 수도 있지 않나요? 새벽에 태워다 주고 와서 졸려서 자고 있었는데 저 전화 받고 나니 어찌 성질이 나던지.. 소리를 확 질러버리고 싶은데 옆에 직원이 있는 걸 알기에 꾹 참았어요.
여권하고 항공권 영문이름이 같아야 한다는 상식도 없는 것도 그렇고 (항공권 예매할 때 주의사항으로 다 나오는데 건성건성하면서 읽어보지도 않은 거죠) 폰으로 메일 보낼 생각도 안 한다는 것도 그렇고 아 진짜 짜증이 나서 같이 못 살겠네요.
여행가방도 미리 싸라고 캐리어도 일주일 전에 꺼내놨는데 어젯밤에야 짐 싼다고 난리. 뭐뭐 챙겨야 하지? 하면서 저한테 물어보는데 몰라 알아서 좀 싸!!! 했네요. 그 와중에 썬크림이라고 챙긴게 클렌징크림. 지금까지 골프장 갈 때마다 그 클렌징크림을 발랐다네요. 영어 모르냐 영어? 용기에 적힌 글씨 좀 읽어보면 썬크림이 아니란건 알아낼텐데 저렇게 헐렁헐렁해요.
같이 여행을 가면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시켜봤자 허둥지둥 제대로 하는게 없어서 속터져서요. 다른집들은 물어보니 남편이 항공권 예매부터 호텔예약까지 다 알아서 한다는군요. 남편 없이 여행가는거 생각도 못 한다고요. 복들도 많지.ㅠㅠ
울 남편은 나같은 여자를 만나서 기본이나 하고 살지(제가 한꼼꼼하네요) 자기랑 똑같은 성격 가진 여자 만났으면 집안 꼴이 어찌 됐을런지 어휴 참. 고마운 줄이나 알았으면 좋겠네요.
아침부터 전화받고 화딱지가 나서 속풀이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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