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친정 엄마도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병원에서 더이상 해줄게 없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대학,직장,결혼 등으로
20살 부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고
친정이 멀어서 자주 가질 못 했어요.
친정 아버지는 내성적이시고 말씀도 별로 없으셔서
특별히 나쁜 기억도 특별히 좋은 기억도 없어요.
돌아가시고 나서,
우리 형제들이 아버지 그늘에서
그래도 남들한테 무시 받지 않고 살았구나,
정도 느꼈을 뿐,
제가 그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데
크게 영향을 주진 않았습니다.
그러는데는
그래도 친정 엄마가 건강하게 살아계셨다는
이유도 있었을거 같아요.
엄마는 큰 지병 없이,
그 연세에 다들 갖는 병인 고혈압도 없으셨고,
꾸준히 운동 하셔서 관절도 튼튼하셔서
산에도 다니시고 하던 분이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수술도 할 수 없는 암에 걸려
생의 마감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희 엄마는
그 나이대 다른 엄마들이랑 좀 달랐어요.
자식에 희생적이진 않았고,
대신 자식에게 큰 기대를 걸어
부담을 주지도 않으셨습니다.
다른 자식들 처럼
우리 형제들이 많이 챙기지 못 해도
그다지 섭섭해하지도 않는 엄마였어요.
퇴직 전 까진 직업적인 인정에도 욕심이 있으셨고,
암 걸리기 전 까진,
외국어도 배우시고 시도 쓰시고
오카리나도 배우시고 등산도 다니시고
자기 계발에 게을리 하지 않으셨던 분이세요.
자식 신세 지는거 싫어하셨고
(암 걸리셨어도 혼자 거동이 가능한 상태에선
금전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자식 신세 안 지려 하셨죠.
그리고,혼자 거동이 불가능해서 자식 손을 빌릴 땐
나 때문에 니들 고생하게 해서
미안하단 말도 잊지 않으셨구요)
내가 없어 좀 덜 쓰더라도 자식 돈은 사양하시고
자식들 만나고 가시는 길에
가방에 슬쩍 돈봉투 넣어드리면
고맙단 인사 잊지 않으시고
그 돈으로 나중에 손주들 용돈 주시거나
식당 가서 크게 한번 쏘시는 분이셨죠.
친정 엄마는 엄마라기 보단 언니 같은 느낌이랄까요.
내성적이고 꼼꼼한 저의 성격과 안 맞아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구요.
고민 있을 땐 고민도 들어주고
때론 현명한 조언을 해주기도 하셨구요.
전화 통화하면 1시간은 후딱 넘길 정도로
사는 얘기도 많이 나눴구요.
그런 엄마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그렇게 활발하고 활동적이셨던 엄마가
이젠 말투까지 어눌한 상태로
혼자 몸을 움직이지 못 하는 상태로 누워 계시네요.
어제 호스피스 병동 예약하고 왔고,
자리가 나면 곧 들어가십니다.
이런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떤 느낌일까요?
제 형제들은 민폐 캐릭터고,
남편이랑은 사이 안 좋고
애들도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속썩이는 일 투성이고…
저는 세상에 홀로 남겨지는거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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