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음식물을 냉장고에
꽉꽉 채워넣는 스타일이 아니예요.
하루 정도 해먹을 식재료랑,
몇 가지 보관하여 먹을 식재료만 있는게 좋아요.
슈퍼도 집에서 5분 거리니
그때그때 식재료를 사는게 신선하고 좋잖아요.
식구로는,남편,대학생,고등학생 아이 있어요.
남편은,다이어트한다고 아침 간편식으로 먹고,
점심,저녁은 밖에서 먹구요.
애들은 아침,저녁을 집에서 먹어요.
남편은 주말에도 혼자서 자기 취미생활하거나
친구들이랑 여행 다니느라
집에 안 붙어 있어요.
문제는,
남편이 집에 먹을 것을 너무 많이 사온다는겁니다.
남편은 다이어트 한다고
집에서 아침에
고구마,우유,계란 삶은거,과일 밖에 안 먹는데요.
(다른 식구들 밥과 반찬으로 먹어서
같이 그렇게 먹자면 자기는 그렇게 먹겠다해서
남편만 그렇게 차려줍니다)
그렇다고해서 필요한 것을 사오느냐?
어쩜 사오는게
애들과 제가 싫어하는 음식이나 식재료거나,
(저의 경우는 있으면 먹긴 하지만
제 돈 주고는 안 사먹는 것들이고
애들은 안 먹는 것들)
이미 집에 사다놓은 것을
많이,아주 많~~~~이 사다놓는다는겁니다.
그것도 상하기 일보직전인거
세일한다거나 떨래미(?)하는걸로요.
그러니,누구 줄 수도 없구요.
남편만 그러는게 아니예요.
시어머니까지 그러십니다.
시어머니는 시아버지랑 두 분이서 사시는데
냉장고 두 개와 김치냉장고 하나가 꽉 찰 정도로
냉장고를 채우고 사십니다.
그러다 시어머니가 더이상 채울 공간이 없으시면
채워져있던 식재료들을
택배로 저희집에 보내십니다.
신선하지도 않고,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것도 옵니다.
그러니,누구 줄 수도 없구요.
남편과 마찬가지로
어쩜 저와 애들이 싫어하는 것만
아주 많이 보내십니다.
아들 먹이라고 그런다구요?
저희 남편 다이어트 하느라 그리 먹고 산다는거
시어머님도 아십니다.
저와 저희 아이들이
시어머님이 보내주신 식재료
안 좋아한다는 것도 아세요.
전 시어머님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데,
가끔 마른 반찬도 주십니다.그것도 많이.
저희집에 그 반찬 먹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결국은,남편 사온거,시어머니 보내주신거,
제가 다 먹어치워야 합니다.
남편하고도 그것 때문에 수없이 많이 싸웠습니다.
뭐가 사고 싶으면
그게 집에 있는지,꼭 필요한지,
나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고 사라고 하니,
내가 그까짓거 사는데 니 허락을 받아야 하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시어머니께도 안 주셔도 된다고 집에 있다고 해도
들은 척도 안 하고 보내십니다.
20년 넘게 나 먹고 싶은 것도 별로 못 먹고
남편이랑 시어머니가 냉장고에 채워넣게 한 음식들을
꾸역꾸역 먹으며 살아왔습니다.
너무 많아서 결국은 남아서 상한거 버리면
남편은 음식물 버린다고 꽥꽥거리고,
안 사오면 될거 아냐,하고 소리 치면서도
며칠 지나면 또 그럽니다 ㅠㅠ
저희 친정 엄마 오시면
제가 음식물 버린다고 흉봐서 저를 혼나게 만듭니다.
그러던 중 제가 큰 병에 걸려서 죽다 살아났는데요.
그러고나니,사람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먹고 싶은거 먹고 살기에도 짧은 인생에
이렇게 음식물 처리기 처럼
먹기 싫은 것만 먹고 산게 너무 억울하고
그러고 살기 싫더라구요.
그런데,남편도 시어머니도 계속 그러고 있구요.
며칠 전 남편이 사온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서
하루 종일 설사를 했어요.
그러고나니 더욱 성질이 나더라구요.
그런거 꾹꾹 참고 있었는데,
남편이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며칠 전에 잔뜩 사온 음식이 남아 있는걸 보고
그거 아직도 남았다며 잔소리를 하더라구요.
애들도 남편도 안 먹고
저 혼자 꾸역꾸역 먹어치우느라
열심히 먹은 결과인데
그렇게 말하니 화가 났지만,
그냥 조용히
"그거 내가 최선을 다해서 많이 먹은거야"
라고 했죠.
그랬더니,그거 얼마나 된다고 아직까지 못 먹었냐고
뭐라 그러더라구요.
거기서 제가 폭발해서 뭐라뭐라 했죠.
내 입이 음식물 쓰레기통이냐,
내가 당신이 사온 음식 먹어치우느라
어머님이 보내주신거 먹어치우느라
먹고 싶은 것도 못 먹고 20년을 넘게 살았는데…
그리 말하니,
남편이,시끄러워,그만해~~~~~하고 소리 지르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난리를 치더라구요.
저요,내일 아침 날 밝으면
냉장고에 있는,남편과 시어머니가 채운 음식물,
다 갖다버릴겁니다.
이제 저도 저 먹고 싶은거 먹으며 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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